한국 학계에서 원효의 화쟁은 주로 회통의 관점에서 이해되어 왔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이해는 원효의 문제의식과 해석학적 지향을 오독(誤讀)한 데서 비롯된 것임을 밝히고자 한다. 해석학적 관점에서 화쟁은 이설(異說)들에 대한 논평이거나 혹은 쟁론상황을 ‘해결’하는 이론이 아니다. 지금까지 화쟁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원효를 ‘눈뜬 자’ 로서 ’장님들‘이 벌이는 쟁론상황의 ‘해결사’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화쟁은 쟁론을 바라보는 제 삼자 혹은 관찰자의 입장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화쟁은 쟁론에 참여하고 있는 참여자의 입장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그런 점에서 화쟁은 쟁론 참여자 모두에게 요청되는 실천철학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또한 본고에서는 원효 화쟁의 토대가 되는 개시개비(皆是皆⾮)의 해석학적 함의에 주목 하고자 한다. ‘복수의 옳음’을 의미하는 개시개비는 ‘단 하나의 진리’를 거부하는 현대의 다원적 사회에서 요청되는 세계관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진리의 다원성을 인정하는 개시개비의 화쟁 정신은 다원사회에서의 시민들의 생활양식 (modus vivendi)으로 그 의미를 확장해 가야 할 것이다.
As we have seen in the story of the ‘Blind men Describing an Elephant,’ every position must be acknowledged as having a certain truth, but at the same time, it must be negated for its partialness. By ’unfolding’ (gae) , Wonhyo indicates a variety of ideas and analysis, while through ‘folding’ (hap) , he denotes how these themes may be synthesized into one cohesive unit of understanding. Doctrine (chong) , then, reflects the unfolding of the one into the many, whereas essence (yo) refers to the folding of the many back into the one. By applying the hermeneutic principle of ‘unfolding-folding’ (gae-hap) freely in his exegetical works, Wonhyo tries to resolve the various doctrinal disputes prevailing at his time, while at the same time revealing the doctrinal essentials underlying these disputes. Because of this, hwajaeng has often been considered the hallmark of Wonhyo’s Buddhist scholarship by modern scholars in Korea and Japan. Certainly, one of the underlying concerns throughout his exegetical works is indeed the resolution of doctrinal disputes. In fact, Wonhyo himself wrote an essay entitled Ten Approaches to Resolving Doctrinal Disputes, and we find many passages throughout his works mentioning his concern about unnecessary doctrinal disputes and sectarian tendencies within Buddhism.
目次
Ⅰ. 들어가면서 209 Ⅰ-1. 문제제기 209 Ⅰ-2. 원효의 문제의식과 ‘장님과 코끼리’에 대한 독법(讀法) 210 Ⅱ. 화쟁의 해석학적 함의 214 Ⅱ-1. 원효의 해석학적 지향(hermeneutic orientation): 종요(宗要)와 개합(開合) 214 Ⅱ-2. ‘말할 수 없는 것’(不可⾔)에 대한 ‘언설(⾔說)들’ 219 Ⅲ. 화쟁의 현대적 의미: 생활양식(modus vivendi)으로서의 화쟁 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