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에 나타난 신라인들의 신앙 양태는 깨달음의 완성과 중생 구제라는 이상적인 대승 보살의 원력과 거리가 멀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텍스트를 원력의 주체와 대상, 그 내용의 관점에서 분석할 경우 다음과 같은 신라 불교 신앙의 긍정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원력을 일으킨 주체와 대상은 주로 승려들과 불보살인데, 이는 왕과 귀족이 사후 호국의 수호신이 되어 원력을 이룬다는 무속적 세계관의 비효율성을, 불보살의 보편적 원력과 加持에 의해 극복하였음을 의미한다. 둘째, 그 원력의 내용이 현세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 신앙은 불교계의 엘리트층에 의해 주도적으로 보급되었고, 대승불교의 不二와 廻向의 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그들이 주로 향가라는 고유의 언어로 기도했다는 것은 이들이 주변부 의식을 극복하였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셋째, 삼국 통일 이전까지 신라인들의 불교 신앙은 국가적 아젠다에 종속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후 개인과 가족의 안위를 위한 원력을 세우고 수행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넷째, 그들의 신앙했던 다양한 불보살들이 원력의 실현 과정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신라 불교의 종합적 특성으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The religious acts of the Silla people, as recorded in the Samguk yusa (Memorabilia of the Three Kingdoms), may give an impression that they are removed from the ideal of vows (weollyeok 願力) made by the Mahāyāna bodhisattvas who devote themselves to the attainment of enlightenment and liberation of sentient beings. Our textual analysis conducted in terms of subject, object, and content of vows, however, will reveal the following positive characteristics of the Silla Buddhist cults. First, most of the subjects who made vows are monks and the objects to which their vows were delivered are buddhas and bodhisattvas. It seems that the Silla people came to be aware of the inefficiency of shamanistic rituals in which the royalty could accomplish their vows only when they became guardian deities after their demise. They were thus inclined to take more efficient Buddhist vision which ensured immediate achievement of vows through the empowerment of universal vows made by buddhas and bodhsattvas. Secondly, although the content of the Silla people’s vows is rather secular-oriented, their cultic practices promoted by the elite Buddhists represent the ideology of non-duality and dedication (hoehyang 廻向) of Mahāyāna Buddhism. And their adoption of the vernacular language exemplified in the use of hyangga 鄕歌 for their prayer symbolizes their overcoming of the “borderline complex.” Thirdly, prior to Silla’s unification of the Three Kingdoms the Silla people tended to subordinate their Buddhist cults to the state agendas. After the unification, however, they had the propensity to make vows and practice for the personal and familial welfare. Lastly, diverse buddhas and bodhisattvas feature in the Silla people’s course of vow-making without making any conflicts. This may be labelled as a syncretism of Silla Buddhism.
目次
Ⅰ. 들어가는 말: ‘원력’의 정의와 역사 현장에 나타난 원력 366 Ⅱ. 『삼국유사』의 텍스트 분석을 통해 살펴본 신라인들의 원력 370 Ⅲ. 신라의 불교 수용과 왕실과 귀족층의 국가적 원력 표출 377 Ⅳ. 불교 신앙의 확산과 승려와 평민층의 개인적 원력 표출 384 Ⅴ. 맺는 말: 신라인들의 원력과 그 특징 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