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의 전통 수행체계는 17세기 이래 정착된 선(禪)·교학(敎學)·염불(念佛)의 이른바 ‘삼문수학(三門修學)’으로 대표된다. 본고는 이러한 ‘삼문수학’의 전통에 비추어, 불교 근대화의 선구자인 용성 선사의 수행관과 선사상(禪思想)을 해명하고자 한다. 본고에서 주목하는 것은 용성 선사의 포용적 수행관과 선사상이 한국 불교의 전통수행체계인 ‘삼문수학’을 계승·발전시킨 측면이다. 주지하듯이 용성 선사는 한국불교 근대화의 선구자로서, 그의 사상은 한국 근현대불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용성 선사의 수행관과 사상체계를 해명하는 작업은 한국 근현대 불교의 수행체계와 발전방향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업하기 위해 우선 조선 후기 ‘삼문수학’의 구조와 수행실천을 정리하였다. 청허 휴정은 경절문, 원돈문, 염불문의 삼문을 언급하고, 그의 제자인 편양 언기가 본격적인 수행체계로서 삼문을 제시했는데, 이때의 삼문수학은 경절문이 그 중심에 있고 원돈문과 염불문은 보조적인 위치에 있었다. 또 원돈문은 경절문의 초보단계로서 경절문과 수직관계인 반면, 염불문은 상·중·하 근기에 모두 적용하는 수행방법으로써 경절문과 대등적인 관계였다. 이어서 용성 선사의 수행과정과 그의 저서 가운데 염불·관법·참선 삼자의 관계 및 상호 작용을 언급한 부분을 분석했다. 용성 선사는 삼문을 ‘선교’의 두 분류로 정리해, 경절문은 선(禪)에 배치하고 원돈문과 염불문은 통합해 교(敎)에 배치했다. 그리고 염불문과 원돈문은 수직적인 관계로 설정했다. 따라서 근대불교의 삼문 구조는, 삼문 가운데 염불문이 독자적인 영역을 차지하기보다는 점차 교의 일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조선 후기의 삼문구조와 근대불교 삼문구조의 내용상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즉 선은 경절문, 교는 원돈문과 염불문으로, 다시 말하자면 승려 수행의 일반적인 양식은 삼문골격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염불문은 ‘선교(禪敎)’의 틀 중에 교의 한 영역으로 축소되고 있었던 것이다. 용성 선사는 철저한 깨달음을 얻으려면 반드시 ‘의정’을 통해 화두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앞 절에서 살펴보았듯이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가 제시한 사례들은 대부분 수행방법 다양성의 차원이 아닌, 깨달음의 철저성에 입각한 ‘간화선 절대주의’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용성 선사가 참선 외의 여타 수행방법을 배척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삼문의 접점을 중시하고 후인을 위해 삼문의 접점을 찾아내 보여주는 노력을 곳곳에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삼문의 접점을 밝히는 과정은 결국 선을 통해 깨달음의 경지로 수렴되면서 후대의 간화선 일변도라는 역설적인 현상을 초래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용성 선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편으로 참선의 준비단계에서 다양한 수행방법으로 대중들을 이끌며, 궁극적으로 참선의 길로 인도하는 ‘참선 대중화’를 촉진하는 데 힘쓰고 있었다. 따라서 용성 선사의 균형잡힌 선사상은 오늘날 불교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