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동북아 고대의 근원적 사상을 담고 있는 『주역』을 바탕으로 고구려의 제천의례와 삼족오의 철학적 의미를 고찰한 것이다. 『주역』은 천도(天道) 운행의 원리와 인간 삶의 깊은 이치를 담고 있기 때문에 수천 년 동안 동북아의 문화 발전 과정에서 가장 근원적인 학문이다. 『주역』이 점서(占書)라는 의미도 새롭게 이해해야 한다. 점(占)이나 무(巫)의 한자 속에는 벌써 하늘과 인간의 소통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고대사회는 물론이고 지금의 제천의례는 모두 하늘의 뜻과 소통하고자 하는 인간의 행위이다. 제례(祭禮)와 복서(卜筮)는 하늘과 인간의 소통이라는 입장에서 공통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고대의 제천의례는 천명(天命)을 받은 후손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주역』의 천명사상에 근거한 것이다.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것은 천명(天命)에 순응하는 것이자, 바른 정치를 행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고구려의 제천의례에서 모신 제(帝, 天神)와 지신(地神, 社稷)은『 주역』의 여러 곳에 밝힌 것으로 역학적(易學的)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또 고구려의 제천의례에서 행한 집단 무도(舞蹈)는 ‘북치고 춤추는 행위를 통해 하늘의 신명(神明)을 다한다.’는 「계사상」의 내용과 일치하고 있다. 특히 제천의례에서 희생(犧牲)으로 사용된 돼지는 『주역』에서 하늘의 뜻을 대행하는 감괘(坎卦)를 상징하고 있다. 즉, 돼지는 하늘의 뜻을 상징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제사에 사용된 것이다. 고구려의 제천의례에서는 돼지와 사슴을 함께 사용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통해 돼지만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고구려의 삼족오와 『주역』의 역도(易道)에서는 삼족오는 새로 하늘의 소리를 전하는 천사(天使)이기 때문에 인류 역사에서는 성인(聖人)을 상징한다고 하겠다. 또 삼족오와 두꺼비가 같이 등장하여 일월의 음양원리를 담고 있으며, 삼족오가 해 가운데 존재하여 그 자체적으로 음양의 원리를 표상하고 있다. 삼족오의 삼(三)은 하늘의 수로 세상의 모든 이치의 근본이 되기 때문에 『주역』의 삼재지도(三才之道)를 그대로 상징하고 있다.
目次
Ⅰ. 머리말 380 Ⅱ. 고구려의 제천의례와 『주역』의 제(祭)·희생(犧牲) 382 Ⅳ. 고구려의 삼족오(三足烏)와 『주역』의 역도(易道) 393 Ⅴ. 맺음말 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