圓測『 解深密經疏』「 地波羅蜜多品」에서 地와 波羅密多=Wangchuk’s understanding of the relationship between Daśabhūmi and 10 pāramitā in the Saṃdhinirmocana-sūtra-ṭīkā ChapterⅦ : Bhūmipāramitā-parivarta
『해심밀경』은 초기불교 이래의 여러 수행론들에 대한 평가 및 위상 부여와 동시에 대승의 십지와 십바라밀 수행론의 수용을 통한 유가행 체계의 정립을 시도한다. 그러나 『해심밀경』에서 바라밀다의 수행론적 역할과 위상은 다소 모호한 상태로 제시된다. 이 논문에서는『 해심밀경』과 그 이후의 유식교학, 그리고 원측『 해심밀경소』 등을 중심으로 십지와 십바라밀다의 관계설정 문제를 검토하였다. 주요 논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십지경』에서는 십지와 십바라밀다가 차례대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제시되며, 동시에 각 지(地)에서 다른 바라밀다를 닦는 상황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해심밀경』의 경우 이 둘의 연계 및 그에 따른 수행 방법이나 내용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없다. 다만「 지바라밀다품」에서는 모든 지에서 모든 바라밀다를 닦는 것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지바라밀다품」은 바라밀다 사상을 포괄한 유식교학의 독창적인 수행론체계로서 유가행의 적극적인 제시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원측 이전의 유식교학 논서들에서는『 십지경』과 세친의 입장이 중심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세친은 십바라밀다가 십지에 차례대로 배당되어 수행되나, 동시에 십지 모두에서 십바라밀 모두가 행해지는 것 역시 인정한다.『 섭대승론』은 삼학, 육바라밀, 십지를 지관(止觀) 수행론에 연계하여 발전된 형태의 유가행을 정립한다. 원측은 둘의 관계성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기본적으로 각 지에서 십바라밀 모두를 닦는 것을 상정한다. 그에 있어 ‘특정 지에서의 특정 바라밀다’란 그 지에서의 특정 바라밀의 ‘수승함의 정도 차이’로 이해된다. 다만 원측에 있어 바라밀다 사상의 수용을 토대로 한 유가행 체계의 조직화와 같은 새로운 이해는 확인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