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에게 불교는 데카당스의 종교지만 기독교를 비판하는 도구이기도 했다. 그는 다른 책에서도 조금씩 불교를 언급했지만 상대적으로 『안티크리스트』에서 가장 집중해서 그것을 다뤘다. 그는 불교를 실증주의로, 현상론으로, 위생법으로, 선악 저편의 것으로, 페시미즘으로, 니힐리즘으로 규정했다. 당연히 이런 규정이 다 옳다고 말할 수도 없고, 모두 터무니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초기불교를 놓고 보면 니체의 판단은 제한적이지만 타당한 점이 있다. 세계 배후의 문제가 아니라 고통스런 현실 문제에 착안한다는 점에서 불교는 분명 실증주의이자 현상론이다. 심신의 평정을 위해서 건강한 신체와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위생법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다. 불교는 신이 던져준 기준으로 삶을 선과 악으로 판정하거나 양심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이 스스로 가책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악 저편의 것이다. 삶을 고통으로 보고 해탈을 통해서 이 세계에 결코 되돌아오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페시미즘이고, 일체는 무상이고 무아임을 주장하기에 니힐리즘이기도 하다. 니체 눈에 보인 불교는 대단히 제한적이었고, 『안티크리스트』에서 언급되고 활용된 불교 또한 분명한 의도 속에서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제한 때문에, 또한 분명한 의도 때문에 니체의 불교 평가는 대단히 독창적이고 참신하다. 그래서 니체의 불교 평가는 불교 자체를 폭넓게 이해하는 데 또 하나의 참조 점을 제공한다.
Nietzsche defined Buddhism as the religion of decadence in The Antichrist and used it as a tool to criticize Christianity. In the book, he defined Buddhism as positivism, phenomenology, hygiene law, beyond good and evil, pessimism, and nihilism. From the perspective of overall Buddhist studies, Nietzsche’s assessment of Buddhism is not entirely correct, yet we cannot say that it is a totally wrong assessment. Nietzsche’s judgment, albeit limited, makes sense if we judge Buddhism only by the theory of early Buddhism. Buddhism is certainly related to positivism and phenomenal theory because it focuses on painful real-life issues, not exploring the back of the world . Buddhism is also a hygiene law because it strives to create a healthy body and an appropriate environment for the sake of mental and physical balance. Buddhism is beyond good and evil because it neither judges humans based on good and evil nor makes them blame themselves by mentioning conscience. Buddhism is pessimism, in that it views human life as pain and ensures, through nirvana, that humans never return to this world. Buddhism is also nihilism because it claims that not all beings in the world are eternal and that they never have any substance. Nietzsche never studied Buddhism in a systematic way; therefore, he had a limited understanding of it. Because Nietzsche described Buddhism based on his own special intentions in his book, The Antichrist, his evaluation of Buddhism is very original. The uniqueness that Nietzsche brought to Buddhism provided a perspective that led to a broader understanding of Buddhism.
